6. 결론-人中 사상과 六
다시 말해 人中天地一의 핵심은 人中입니다. 천지의 中을 얻은 사람이 곧 人中의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人을 종족 개념으로 확대해 보겠습니다.
『한서』「지리지」에 나와 있는 말입니다.
東夷天性柔順 異於三方外(동이천성유순 이어삼방외)
동이족은 천성이 유순하여 세 방위의 바깥사람하고는 다르다.
우리 東夷族이 가지고 있는 天性. 이 유순한 천성, 즉 하늘 본래 그 성품은 결국 동이의 人方에만 있다는 것입니다. 류승국은 夷의 칭호는 후기에 와서 된 것이요, 본래는 人이었다고 보고, 人方이 곧 東夷라고 주장했습니다. 동이의 人方외의 방위는 천성이 유순하지 못하다는 말은 우리가 한 얘기가 아니라 중국 사람이 한 이야기입니다. 벌써 기원전 1세기에 중국 사람들은 자기와 다른 우리 동이족을 그렇게 보았습니다.
또 『후한서』 「동이전」도 마찬가지죠.
王制云[왕제운],
東方曰夷(동방왈이), 夷者 柢也(이자저야), 言仁而好生(언인이호생) ...
君子不死之國(군자불사지국)
동방(東方)은 夷(이)라고 했습니다. 이 때의 이(夷)는 흔히 말하는 야만을 상징하는 오랑캐라는 뜻이 아니라 어질다는 뜻입니다. 그 다음에 나오는 살리기를 좋아하는 好生(호생)이라는 말에서 ‘어짊’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이 夷(이)자는 바로 뭐냐면 뿌리(柢)라 그랬습니다. 夷 글자를 파자 하면, 큰 활, 대궁(大弓)입니다. 큰 大자와 활 弓자가 합해서 이(夷) 자가 됩니다. 그래서 큰 활을 쏘는 민족이 동이족입니다. 곧 동쪽의 뿌리민족, 모든 생명의 뿌리가 되는 뿌리 민족이 결국은 우리 동이족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뿌리가 되는 민족이기 때문에 仁과 好生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뿌리란 말 속에는 바로 동쪽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 태양은 동쪽에서 떠오르기 때문에 태양의 뿌리가 동쪽에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활 弓(궁)에 태양의 의미가 들어 있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태양이 떠오르는 곳이 동쪽이기 때문에 동은 모든 뿌리를 대표하고, 또 환(桓)과 단(檀)이 다 밝다, 환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 이(夷)자가 대궁(大弓)이라는 의미에서 보면, 그 동이족 조상의 근원은 태양족과 치우천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산동성 무씨사당의 치우상에 치우가 머리위에 대궁(大弓), 대노(大弩)를 이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김상기는 석노(石弩), 맥궁(貊弓) 등을 동이족의 대표적인 유물로 본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仁而好生(인이호생)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남다른 의미를 부여해주고 있습니다. 동이족은 ‘어질어서 남을 살리기를 좋아한다’는 말은 중국인들이 동이족을 신성(神聖)한 민족으로 보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성한 민족이기 때문에 군자국(君子國)이라 칭할 뿐만 아니라, 不死之國(불사지국)이라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뿌리는 영원히 죽지 않습니다. 모든 결실은 다시 뿌리로 돌아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뿌리 역할은 중요합니다. 결실이 뿌리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자연의 이법입니다. 중국 사람이 이미 증명한대로 우리는 뿌리 민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세상이 와서도 그 결실을 맺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뿌리민족입니다. 모든 결실은 뿌리를 통해서 마지막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우리 한민족이 가지고 있는 뿌리 민족으로서의 이상, 또는 천손으로서의 이상이 바로 이 안에 들어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안함로의 『삼성기』에 吾桓建國(오환건국)이 最古(최고)라, 우리 환족이 세운 환국이 가장 오래되었다는 말은 이런 신성의식에서 나온 말이라고 봅니다. 이 구절에는 이런 신성의식과 함께 광명의식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환(桓)은 우리 민족의 광명의식이 오래 되었고, 그것이 국호와 종족의 이름으로 표현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 깊은 글자입니다. 이 桓族이 결국 후대의 東夷로 바뀐 것이라 할 수 있고, 곧 東人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주는 천지인 삼재를 체득한 사람, 즉 桓族, 東夷族에서 그 人中의 사람을 통해서 우주 자신의 결실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천부경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메시지라고 봅니다. 두유명은 인간이 ‘천지만물과 한 몸을 이룬다’는 것은 자기 실현을 위한 궁극적으로 최고의 변화이며, 이런 변화과정을 통해 가족, 공동체, 국가, 세계, 우주를 우리의 감수성 속에 구체화시킬 수 있도록 만든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우주는 천지 합일을 이룬 인간에 의해 변화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뿌리민족인 한민족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끝으로 천부경을 81자로 배열했을 때, 가운데에 六자가 들어갑니다. 천부경을 9X9=81 로 9자씩 배열해서 놓고 보면 정중앙에 六자가 들어가게 됩니다. 앞에서 六은 천지 부모가 인간을 포태한 숫자라고 했습니다. 역학적으로 六은 후천(後天)이 시작하는 수입니다. 이 六은 우주론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태양으로부터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이렇게 나열되어 있습니다. 이 6별들이 태양계에 중요한 일들을 하고 있는 별들입니다. 그리고 천부경 81자는 앞으로 40자, 뒤로 40자입니다. 그래서 전 후가 40:40이고 가운데 六이 들어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우주가 전후 또는 좌우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입니다. 이것은 우주가 가운데에서 바르게 정립(中正)되어 있는 우주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일러주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주의 中正之道 그대로, 인간의 삶도 도덕적으로 우주의 中正之道를 벗어날 수 없음을 천부경은 가르쳐 주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아울러 六이 지니고 있는 것처럼 모든 생명의 부모인 천지를 천도적 원리로써 설명하고 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六을 81자의 中正에 놓은 것은 인간이 天地인 六을 영원히 합일해야할 대상임을 깨달아야한다는 뜻인 동시에 천지를 부모로 모심으로써 인간이 中을 얻은 人中으로서 天地에 대한 人의 우주적 도리를 다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끝)
|
